엄청난 폭설. 출근대란. 평소의 3배는 될 법한 사람들이 지하철에 올라 탔다. 뉴스를 보니 곳곳에 실신한 여성들이 속출했단다. 보아하니 내가 다 지나다니는 곳이다. 사당, 교대. 시간대도 내가 탔던 시간. 나 역시 그 안에서 내 자리를 확보하지 않았으면 숨막혀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지옥철을 타고 출근해서 일상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을 보낸다. 겨우 하루를 보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연휴동안 나태해졌던 몸을 달구기 위해 나선다. 헤드폰을 끼고 John mayer의 앨범을 튼다. 그리고 공원으로 걸어간다. 조금 쌀쌀했지만 이내 몸은 따뜻해진다. 트랙으로 가는 길은 눈으로 뒤덮혀 걷기조차 힘들었다. 그래도 뽀드득 거리는 눈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준비운동을 하고 뛰어 보려고 트랙을 돌지만. 울퉁불퉁하고 미끄러운 길을 달릴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넓지 않은 길에는 사람들이 곳곳을 가로 막았다. 행복한 사람들이 내 앞을 막는다. 조곤 조곤 이야기를 하며 정답게 공원을 거니는 노부부. 흔치 않은 풍경을 기록하기 위해 모인 가족. 아이들은 눈을 흩날리며 좋아라 하고 아버지는 그 모습을 담으려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손잡고 눈을 밟으며 걷는 연인들. 운동은 커녕 땀 한방울 흘리지 못하고 눈을 밟으며 또 헤쳐가며 나는 또 부질없이 너를 생각 한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니 손을 잡고 눈을 밟으며 공원을 거닌다. 차가운 네 손을 입김을 불어 가며 녹이고 내 주머니 속에 집어 넣는다. 오늘 있었던 얘기를 하며 재미 없는 얘기에도 웃어준다. 시간은 흘러 가는 줄 모르고 우리가 만들어 낸 따뜻함에 이제 추위는 얼굴도 내밀지 못한다.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는 씁쓸한 상상에 마지막 한 개피 남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이내 내버려둔다. 나는 오늘도 나를 달래고 자장가를 불러 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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