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내가 속한 곳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라지는 걸 원하지 않았는데 그대로 있어주길 바랬 는데 모두 사라져버렸다.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인 줄 알지만. 나의 장소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꽤나 슬픈 일이다. 이직하고 난 뒤 한 달. 우여곡절 끝에 이 자리에 섰지만, 이 자리도 위태로워 보인다. 난 아직 날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매정한 현실은 나를 절벽에서 밀어 낸다. 언제쯤이면 가벼운 모습으로 자유롭게 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