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말하기 26

사라진다는 것.

어려서부터 내가 속한 곳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라지는 걸 원하지 않았는데 그대로 있어주길 바랬 는데 모두 사라져버렸다.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인 줄 알지만. 나의 장소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꽤나 슬픈 일이다. 이직하고 난 뒤 한 달. 우여곡절 끝에 이 자리에 섰지만, 이 자리도 위태로워 보인다. 난 아직 날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매정한 현실은 나를 절벽에서 밀어 낸다. 언제쯤이면 가벼운 모습으로 자유롭게 날 수 있을까.

혼자 말하기 2010.08.28

마음을 베어 내는 칼.

해가 지는 공원. 한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 그는 한 손에 표지조차 무거워 보이는 책을 들고 읽고 있다. 얼만큼 읽어 내려갔을까. 시간의 흐름조차 망각한 모습으로 한참을 읽어 내려가더니 이내 책을 덮는다. 그리고 조금은 한산해진 공원을 둘러보다가 잠시 하늘을 바라보고 천천히 자신의 옆자리를 내려다 본다. 그리고는 다시 책갈피를 집어서 읽던 부분을 찾아내어 읽고 있다. 누군가가 그 남자에게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신경쓰지 않고 책에 몰두해 있다. 말끔한 수트 차림에 남자가 책을 읽고 있는 그의 옆에 앉았다. 그 남자는 스누피를 닮은 얼굴을 하고 있다. 잠시 쉬었다 가겠거니 생각하고 무시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듯 그 남자는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네..안녕하..

혼자 말하기 2010.08.21

글 쓰는 아이

말이 없고, 혼자 생각이 많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고 내성적인 내 성격상 말을 하기 보다 혼자 상상 공상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춘기를 막 시작할 무렵부터 이미 애어른이란 말도 들었다. 항상 진지한 모습 때문에 '넌 너무 고리타분해', '넌 너무 진지해'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는 개똥철학가의 공상가다. 난 항상 생각이 많다. 많은 생각들이 꼬이고 꼬여서 내 안에 숨쉬고 있다. 국민학교 때 읽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떤 사람이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전하지 않아서 결국엔 이야기가 그 주인을 독살한 이야기. 그 때는 이해 못했지만 지금은 이해할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면 결국엔 답답해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내용이다. 블로그를 시작한 뒤로 좋아하는 글쓰기를 마음 껏 즐..

혼자 말하기 2010.06.12

안전 제일

자신을 울타리 안에 가두어 놓고 무사안일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에겐 위험이란 건 없다. 모험을 하지 않으니 실패의 경험은 있을리 만무하다. 1평의 작은 공간에 쪼그리고 앉아 큰 두 눈을 껌벅거리며 어딘가 바람이 새어들어오지는 않는가 벽이 무너져 내리지는 않는가 걱정만 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세상에 내동댕이 쳐 졌을 때 세상에 갓 나온 아기마냥 울기만 한다. 작은 실패에도 상심하고 의기소침해진다. 인생은 한번 뿐이다. 당신이 원하는 모습. 이상향이 있을 것이다. 그 목표를 향하여 전진하라. 그리고 수도 없이 실패하라. 당신은 아직 젊다. 실패한 만큼 당신은 강해질 것이며, 변해가는 당신의 모습을 즐기는 묘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기분 좋지 않은가. 나..

혼자 말하기 2010.05.12

연인놀이

연인 놀이는 실제 연인이 되기 위한 준비단계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쌍방 간의 합의(?)의로 이루어 진다면 행복한 커플 탄생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결말은 비극으로 끝이난다. 이 놀이는 상실감을 느끼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어 기제에 불과하며 현실로 돌아 왔을 땐 비참함이 배가 된다. 본인이 판단하기에 상대방이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1%라도 없다고 생각된다면 가능하면 빨리 꿈에서 깨어나게 해주는 것이 서로 에게 도움이 된다.

혼자 말하기 2010.04.27

직장과 연애의 공통점

하나, 시작이 어렵다. 직장에 들어가기 요즘같은 불경기에 하늘에 별따기이다. 맘에 맞는 직장이 있어도 들어가기 어렵고, 또 그렇다고 아무데나 들어갈 수 는 없다. 괜찮은 직장일수록 경쟁률은 하늘을 치솟는다. 취직에 실패하면 낙담하고 또 다시 시작한다. 연애는 어떠한가. 남존여비 사상으로 인해 현재 싱글남들이 대한민국에 우글우글 댄다. 그리고 맘에 맞는 상대를 찾기란 쉽지 않다. 또 본인의 맘에 드는 상대를 찾았다고 해도 일방 통행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둘, 중간도 어렵다.  어떻게 해서 직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직장에 들어가면 적응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업무는 기본이고 대인관계라던지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혀야 한다. 또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싸워야 하는 나름의 노하우도 익혀야 한다. 연..

혼자 말하기 2010.04.15

인연의 거미줄

인연의 거미줄. 그것은 쉽게 끊어질수도 혹은 단단히 묶여질 수도 있다. 이슬이 맺힌 거미줄에 달빛이 비출때는 한 없이 아름답지만, 누군가에게는 덫으로 혹은 누군가에게는 찐득거리고 귀찮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올한올 정성스레 자기만의 성을 만들고 그 안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려는 이와 그것을 한번의 휘두름으로 파괴하려는 이가 있다. 나는 거리를 걸으면서 모든 것을 차단하고 나만의 세계 나만의 길을 만들어 본다. 타인들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나와는 인연이 없다. 숫자 혹은 문자들 그리고 유령처럼 허여멀건한 존재들로 느껴진다. 램프가 켜지고 하얀 도화지 속에서 불빛이 나타나길 기대하지만 지나가는 담배 연기 향수 냄새 그리고 옷깃의 스침만이 남을 뿐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모습을 뚜렷히 나타내..

혼자 말하기 2010.03.23

Masochist

나는 변태다. 정확히 말하자면 'M'쪽에 가깝다. 타인이 나를 비난할 때 희열을 느낀다. 피학대 성애자가 고통을 희열로 승화시키는지 아니면 고통 없이 희열만을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고통에 희열을 수반하는 것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Masochist'다. 나는 여성스럽다고 할 정도로 가녀린 마음에 소유자다. 작은 비난에도 상처받고 기분이 나쁘지만. 그것을 참아내고 나면 그 이후엔 분명히 희열이 있다고 믿는다. 그 고통을 받아 들이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은 개개인의 성향에 직결되어 있다. 그냥 무시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자기 분노를 못이겨 대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약 똑같은 방법으로 응수한다면 그것은 전부 본인에게 독(毒)을 먹이는 행위다. 분노를 해결하..

혼자 말하기 2010.02.24

붉은 별

내 얼굴에는 언제부턴가 붉은 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유도 모른 채 탄생하였다가 자기 수명을 다하 면 소멸하기도 한다.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우주의 별들은 자신들에 의지에 의해서 생겨 난다. 결코 작 은 우주의 주체자인 나의 의지는 0.001%도 반영되지 않는다. 억지로 그 별들을 파괴하려하면 그 주위에 있는 행성들까지 함께 파괴한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 별들을 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기쁘던 슬프던 어떻게 살던 간에 내 생명과 함께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구나. 근데말야. 너희는 언제쯤이면 모두 사라져 버릴래.

혼자 말하기 201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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