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들은 내가 살기 이전부터 이 곳에 살았고,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 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간보다 먼저 지구를 차지한 생물이 이 녀석들이다. 처음 냉장고를 열었을 때, 나는 그들과 첫 대면을 하게 되었다. 보자마자 몇 마리를 털어 내고, 다시 이 녀석들과 마추지지 않기를 바랬다. 그런데, 드문드문 나를 방문한다. 수줍어 하는건지 날 보면 잘도 숨는다. 우렁각시도 아닌 것이 내가 없으면 활개를 쳤다가 내가 나타나면 도망가기 바쁘다. 너는 나에게 아무런 악의가 없다. 나도 너에게 아무런 악의가 없다. 하지만 너는 먹고 살기 위해 나의 음식을 범한다. 나도 먹고 살기 위해 내 음식을 지킬 수 밖에 없다. 너희들이 내 의지대로 된다면 나는 너희와 함께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너희들은 무례하다. 그리고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나는 너희를 볼 때마다 그냥 엄지 손가락을 들어 짓뭉개 버릴 수 밖에 없다. 우린 서로 아무런 감정이 없지만, 열심히 사는 너희들의 생사(生死)를 결정할 만한 권리조차 나에게 없지만, 나는 나의 것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너희들을 없애려 할 수 밖에 없다. 유감스럽지만 말이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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