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사장님과 점심을 먹다가 연극 얘기가 나왔다. 지난 주말에 보았던 연극 얘기를 했었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수요일쯤에 시간있냐고 물어보시는 거였다. 뮤지컬 티켓있는데 보자고. 허허허. 이거 왠 떡이 냐. 그동안 뮤지컬을 보고 싶어도 티켓값이 비싸서 못 보았는데 너무 좋은 기회였다. 여직원도 같이 있 었지만 사장님은 여직원과 단둘이 뮤지컬을 보는 게 부담스러우셨나 보다. 그런데 사장님도 그날 약속 이 잡혀서 여직원과 둘이 가라고 하셨다.
허나, 이 분은 나랑 안 갈 것이 뻔했다. 결국, 티켓 두 장 다 내꺼! 하하하. 같이 갈 사람도 다행히도 섭외가 되었고, 이것으로 준비 완료.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코엑스 아티움으로 이동. 캐스팅을 보아하니 연예인들이 나오는데, 이성진, 김지우, 김준, 이지훈 그리고 예전에 악동클럽의 멤버로 활동하였던 임대석이었다. 내가 보는 공연 당일에는 이성진, 김준 등이 나왔다. 공연 시작 전 부푼 마음을 안고 두근대며 막이 오르길 기다렸다.
김완선의 노래가 흐르면서 막이 오르고, 내가 어릴적에 tv앞에 앉아서 보았던 옛 가수들의 음악들. 테이프로 들었던 그리운 노래들이 흘러 나왔다. 물론, 뮤지컬에 맞추어 편곡을 했지만, 그 중에는 가수로 나왔던, 김건모나 이상은 그리고 김완선은 본인이라 할 정도로 노래나 춤들이 완벽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순심이의 목소리는 정말 순심이의 성우를 데려온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똑같았다. 당일 출연했던 교생역의 김준은 어정쩡한 춤과 노래를 선보였지만, 여고생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아마도 꽃보다 남자의 영향때문이리라.
김준이 어리숙했던 반면에 왕경태 역으로 나온 이성진은 훌륭한 연기력이나 가창력등으로 특유의 웃음을 선보였다. 주접캐릭터를 잘 살렸다랄까. 무엇보다 초반에 주윤발 흉내를 내며 중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부분은 정말 압권. 아는 사람만이 웃을 수 있는 코드였다. 85년 이후 출생자들은 아마도 '살람해요 밀키수' 를 모르리라. 어찌됐든 이 뮤지컬로 이성진이란 사람을 다시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 날 무엇보다 빛이 났던 캐릭터는 뭐니뭐니해도 상남역의 전아민. 일단 헤어스타일부터가 초반부터 튀었다. 옆머리를 다 치고 윗머리만 길러서 한쪽으로 넘긴 형태. 이오리를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로 주목을 끌었다. 180의 훤칠한 키에 쫙 빠진 몸매. 정말 군살이 없고 유연했다. 참고로 이 분이 궁금해서 영심이 역할을 하셨던 이정미씨와 전아민씨를 검색해보았더니. 이분들 무려 83년생이시다-ㅈ-;
그들의 연기는 정말 발군이었다. 이래서 뮤지컬 배우들은 대단해. 잠시였지만, 나는 뮤지컬 스타가 되어 그들 사이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물론, 상상으로 하하하하. 노래가 나오는 동안 정말 몸이 움찔거려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콘서트장처럼 신나게 노는 곳이 아니니 그냥 제자리에 앉아서 박수를 치며 리듬을 탈 수 밖에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마지막 무대에서는 무대앞으로 우루루 몰려가
잠시나마 안타까웠던 마음들을 표출할 수 있었는데, 같이 갔던 친구는 그런 것이 익숙하지 않았는지 자리에 앉아서만 관람하였다. 하지만, 나는 사진 찍으랴 춤추며 환호하랴. 바빴다.
젊음의 행진이라는 제목 답게 여느 뮤지컬과는 달리 앵콜을 외치자 다들 다시 뛰어나와서 춤과 노래를 보여 주었고, 마지막은 이성진이 노래를 부르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공연중에 사진을 계속 찍고 싶었지만, 나는 예의있는 찍사라서 끝날 때만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정말 아쉬운 것은 초반에 찍은 사진들은 거의 날려 버렸다는 거. 바디를 바꾼지 얼마 안되서 익숙하지 않은 상태 였는데, 똑같은 렌즈를 사용하였는데도 이 바디로는 사진들이 밝게 나왔다. 어두우면 어떻게 손을 볼테지만 너무 하얘서 색을 날려
버렸다.
그렇게 앵콜곡마저 끝내고 아쉬움을 뒤로 한채 공연장을 나왔다.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나의 셔츠는 이미 흠뻑 젖은 상태였다. 너무 오랫만이기도 했지만, 요즘 같은 때에 이러한 공연은 나에게 활력소를 주었다.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주어서 너무 좋았던 공연 같다. 표를 주었던 사장님과 표를 포기해 주셨던 여직원 분에게 배꼽인사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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