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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8일
月光追擊者
2009. 12. 8. 23:14
퇴근 후에 책도 읽을 겸 가까운 서점에 갔다. 수많은 작가들이 자기 책을 읽어달라고 손짓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천천히 책들을 집어 글자를 하나하나 읽어 나아갔다. 그런데 해외 서적쪽을 보고 나서 국내 출판물 쪽으로 돌아 왔을 때였다.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는데 가만보니 이것들은 쓸데 없는 하드 커버에 디자인은 왜 이렇게 요란한지 이건 책을 읽는 다기 보단 책을 악세서리로 활용하라고 전시해 놓는 느낌이 더 강했다. 제일 황당했던 것은 내가 고등학교 때 읽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었다. 내가 집에 소장하고 있는 책은 크기가 크지 않고 두껍지도 않았는데. 오늘 본 것은 책인지 앨범인지 모르게 옆으로 길쭉하고 우울함을 나타내기 위한 푸른 색들로 알록달록 치장되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으로 지어버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사진과 작은 에세이가 담겨 있는 '소울 트립'이라는 책을 집었다. 사진을 좋아하니까 사진 보고 글이 좋으면 읽으려고 집었다. 글들은 짤막했고 사진을 위주로 빠르게 훑어내려 갔다. 그러다 나는 어느 한 페이지에 우뚝 멈춰섰다. '29살 아직 상처 받아도 될 나이' 이거뭐야? 누가 나보라고 놔둔거야? 하하하. 뒷통수를 맞은 듯한 웃음을 짓고 작가를 봤더니. 작가 소개란에 81년생이라고 정확하게 적어주셨다. 그녀의 직업은 작사가. 책에 읽는 글들은 사랑에 대한 에세이가 가득했다. 갑자기 무언가 잘못 먹은 것처럼 거부감이 들면서 책을 떨구듯이 내려 놓았다. 그리고 혼자 속으로 말한다. 빌어먹을 로맨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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